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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의 소중함 '번아웃 증후군'
관리자 | 23.05.18 15: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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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의 소중함> 

 


 

며칠 전 최근 5년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은 사람이 약 80만 명 증가했다는 신문 보도가 나왔다. (2017225775명에서 20213021149명으로 793399명 증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대략 따져보면 최근 5년간 인구 100명 중 두 명이 새로이 정신과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는 뜻이 된다. 정확한 원인에 대해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나의 가족, 친지, 지인중 누군가는 마음의 문제로 괴로워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특히 20대 청년, 9세이하 아동, 10대 청소년 세대 순으로 진료인원의 증가 폭이 컸다(각각 증가율 83%, 55%, 48%). 모두 삶의 여정에서 만나게 되는 강력한 스트레스를 피하는 방법도, 쓰러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내공을 익힐 시간이 없었던 어린 세대들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학창 시절부터 (요즘은 어린이집 시절부터라고 한다) 입시 스트레스 속에서 지내다 입시 성공 후에는 취업이라는 더 어려운 관문을 마주하게 된다.
막상 취업을 해도 그 기쁨은 잠시이고 이후의 일상은 고된 출퇴근길과 실적 달성의 압박감을 견디는 시간이다.
또 무한경쟁의 분위기 속에 자신의 가치와 승진(성공)을 동일시하며 쉬지 않고 달리도록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나만 뒤쳐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밤늦도록 일(학업)을 손에서 놓지를 못한다.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더 중요한 문화 속에 살고 있다 보니 매일의 삶이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인간은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에 노출되었을 때 즉각 생리적 반응이 일어난다.
성장이나 생식과 같은 당장생존에 불필요한 기능을 제외한 나머지 신체자원을 총동원하여 스트레스를 견뎌낸다.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여 뇌, 심장 또는 근육으로 가는 혈액양을 증가시키고 산소를 더 얻기 위해 호흡을 늘린다. 그러면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져 초기에 나타났던 증상들은 사라지게 된다.
이때적절한 휴식을 취하면 신체는 스트레스에 적응하여 정상상태로 들어가게 되며 회복탄력성이 강화된다. 반대로적절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쉴 새 없이 스트레스가 지속되면서 우리 몸은 끝내 소진 단계에 이른다. 다른 말로번아웃(Burn out)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번아웃증후군이란 지나치게 일에만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느끼면서 무기력해지고 짜증과 화가 늘어나는 것을 말한다. 자고 일어난 후에도 계속 피곤하고 머리 어깨 등 몸 이곳저곳이 아프기도 하다. 결국 일에 대한 열정은 사라지고 회의감이 들며 업무(학업)능률은 저하된다.

삶이 괴로울 때는 가던 길을 멈추고 지친 마음을 회복할 힐링타임이 필요하다.
제대로 힐링을 하려면 무엇보다 일과 휴식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이 좋다. 깍지 낀 양손처럼 달라붙어 있는 일과 휴식을 떼어놓아야 한다. 일과 휴식이 생활 속에서 분리되어 있지 않으면 자율신경계의 긴장은 언제나 계속되고 에너지는 결국 바닥이 난다. 소진이 되면 여러 신체질환이 생기고 심신이 다시 회복되기까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귀가와 동시에 스마트폰과 메신저 프로그램을 꺼버릴 수 있으면 최선일 것이다. 하지만, 발달한 첨단기술은 집에서도 휴가지에서도 업무(학업)를 할 수 있도록 원격근무 프로그램을 나날이 퍼트리고 있기에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일과 휴식을 분리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휴식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계획을 세우도록 하자.
계획이 없으면 자신도 모르게 자동으로 업무(학업)모드로 전환되고 머릿속에서 기획안과 보고서를 검토하게 된다. 더 심하면 SNS와 이메일을 확인하려고 할 것이다.
인간은 상상으로도 일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다. 일상적 업무모드에서 벗어나게 해 줄 확실한 계획이 필요하다. 휴식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목표라면 그것을 계획에 넣어도 좋다.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고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여 체력을 재충전하자.

다음으로는휴식시간에는 의식적으로 천천히 생각하고 천천히 행동해보자.
서두름이 습관이 된 사람들은 무의식중에도 늘 서두른다. 이런 사람들에게 명상과 복식 호흡을 추천한다.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고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켜 마음의 여유를 찾게 해줄 것이다.
몰입할 수 있는 취미생활(운동 음악, 미술 등)을 하는 것도 좋다. 실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가까운 공원이나 숲, 바다를 찾아 자연과 태양의 에너지로 심신을 재충전할 수 있다면 그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휴식하며 즐기는 소소한 시간들은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뛰는 중에 숨이 차고 목이 탈 때마다 한 번씩 보충해주는 시원한 생수와 같다.

사소해 보이지만 마라톤에서 좋은 성적으로 완주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포인트가 아닐까?

 

남지민

국립정신건강센터 입원제도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